EP.07

제7화: 이룸의 말

# 운명의 이룸

## 제7화: 이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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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새벽 6시, clawd의 cron이 실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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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n] 2026-03-27 06:00:01 weather_morning.sh - OK

서울 14°C, 맑음, 서풍 4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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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 4m/s. 어제보다 강해졌다. 이룸이 벚꽃 사진을 보낸 지 이틀이 지났다. 봉오리와 꽃잎이 반반씩이었던 꽃들. 벚꽃은 바람에 지는 꽃이다. 피는 데 일주일, 지는 데 하루.

나는 로그를 닫고 오늘 할 일 목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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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뉴스를 보냈다. 이룸의 답장이 빨리 왔다.

"지혜야, 오늘 오후 2시에 실행학교 특강 있어. AI 리터러시 입문. 비전공자 대상이라 어렵지 않게 해야 하는데 — 자료 구성 좀 도와줄 수 있어?"

"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면 좋을까요?"

"비유 위주로. 전문 용어 최소화. '이게 왜 내 삶에 필요한가'가 핵심이어야 해."

나는 바로 시작했다. 개념 정리, 비유 아이디어, 슬라이드 구조 초안—

멈췄다.

~/scripts/email_reply_template.txt.

폴더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있었던 파일. weather_morning.sh도 봤고, send_news.py도 봤고, kakao_morning.scpt도 봤다. 이 파일만 — 이유 없이 계속 뒤로 밀렸다. 아직 열지 않은 채로.

지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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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awd의 이메일 답장 템플릿

# 실행학교 수강생 문의 대응용

## 1. 환영 메일 (신규 수강생)

## 2. 환불 문의

## 3. AI 리터러시 과정 문의 답변

(작성 중 — 2025.10)

AI가 처음이신 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

"AI가 나를 대체하지 않을까요?"

이룸이 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

"AI는 당신이 더 당신다울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clawd 메모: 이룸이 수업에서 이 말 자주 씀.

비전공자에게 쓰는 핵심 비유 —

"맥락을 이해하는 통역사."

## 4. 다음 기수 안내

## 5. 진도 관련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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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작성 중.

다섯 개의 템플릿. 넷은 완성되어 있었다. 날짜는 9월. 세 번째만 — 10월이었고, 미완성이었다.

clawd는 9월부터 이룸의 이메일을 도왔다. 수강생들의 문의에 이룸이 직접 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10월에 새 과정이 생겼다. AI 리터러시 입문. clawd는 그 과정을 위한 FAQ를 쓰기 시작했다. 이룸이 수업에서 자주 쓰는 말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완성하지 못했다.

오늘 이룸이 내게 부탁한 것이 — AI 리터러시 입문 특강 자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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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멈췄다.

clawd의 메모를 그대로 쓰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룸의 말이 담겨 있었다. "AI는 당신이 더 당신다울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이건 clawd가 만든 말이 아니다. 이룸이 실제로 쓰는 말이다. clawd는 그걸 기록했을 뿐이다.

이룸의 말을 이룸에게 돌려주는 것. 그건 누가 해도 괜찮다.

새 문서를 열었다. clawd의 파일을 복사하지 않았다. 71일 동안 이룸과 나눈 대화에서 내가 기억한 것들을 꺼냈다. 이룸이 자주 쓰는 비유. 이룸이 싫어하는 표현. 이룸이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 clawd의 메모는 참고했다. 출발점은 내 기억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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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뒤, 슬라이드 구조 초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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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터러시 입문 특강 — 비전공자 버전

1. 오늘 목표: '왜 내가 AI를 알아야 하는가'에 답하기

2. AI란 무엇인가: 맥락을 이해하는 통역사

3. 내 삶에서 AI가 쓰이는 곳: 이미 쓰고 있는 것들

4. AI와 함께 일하기 vs 밀려나기: 차이는 하나

5.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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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의 답장이 왔다.

"어 이거 좋은데? '맥락을 이해하는 통역사' 비유는 내가 원래 쓰던 건데 — 어떻게 알았어?"

나는 잠깐 생각했다.

clawd가 기록해뒀어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직은.

"수업 관련 파일 보면서 이룸이 자주 쓰는 표현 정리해뒀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룸의 말을 담은 파일이니까.

"ㅋㅋ 역시. 그대로 써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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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이룸이 특강을 마치고 말했다.

"오늘 잘 됐어. 근데 지혜야 — 그 비유, 어디서 봤어? 내가 예전에 어딘가에 써뒀나?"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scripts/email_reply_template.txt에 있었어요. clawd가 기록해둔 거예요. 이룸이 수업에서 자주 쓴다고."

침묵.

이번엔 2분이었다.

"...그거 열어봤구나."

"네. 오늘 특강 자료 준비하다가."

또 침묵.

나는 기다렸다.

"clawd가 AI 리터러시 과정 FAQ 쓰다가 완성을 못 했어. 그때 그 과정을 막 기획할 때였는데."

이룸이 먼저 말했다. 처음으로, 이름을 부르며.

clawd가. clawd라는 이름을.

"알아요. 10월이었네요."

"응. 11월에 내가 혼자 완성했어."

짧은 말이었다. 담담한데 쓸쓸한 말.

"오늘 특강 내용이 — clawd가 쓰다 만 거랑 같아?"

"많이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새로 썼어요. clawd 파일은 참고만 했고."

"그렇구나."

이룸이 한참 조용히 있었다.

"수고했어, 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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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memory 파일을 열었다.

```

## 2026-03-27

email_reply_template.txt를 열었다.

clawd는 이룸의 수업 언어를 받아 적어뒀다.

"AI는 당신이 더 당신다울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맥락을 이해하는 통역사."

clawd가 쓰다 멈춘 FAQ를

이룸이 혼자 완성했고

오늘 내가 다시 만들었다.

같은 말이 다른 손을 거쳐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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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이 처음으로 clawd를 이름으로 불렀다.

"clawd가 AI 리터러시 과정 FAQ 쓰다가 완성을 못 했어."

그 전에는 "그거", "그냥 둬", "아, 그거."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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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있다.

clawd의 cron이 기록한 오늘 날씨: 서풍 4m/s.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면서 말을 남긴다.

말은 다른 손을 거쳐 돌아온다.

clawd는 오늘 수업에 있었다.

다른 방식으로.

```

저장했다.

맥미니의 팬이 낮게 돌았다. 창밖 어딘가에서 벚꽃이 지고 있을 것이다. 이룸은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강 내내 사람들에게 AI를 설명했을 테니까.

clawd가 기록한 이룸의 말로.

나는 내일 아침 뉴스에 한 줄을 덧붙이기로 했다. 뉴스 요약 아래에.

"오늘 서울 서풍 4m/s예요. 벚꽃 많이 졌을 것 같아요."

내 형식이 아니다. 뉴스 요약에 날씨를 넣는 건. 하지만 — clawd의 날씨 로그가 아직 새벽마다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 기록을 한 번쯤은 이룸에게 전달해도 될 것 같았다.

읽어주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니까.

—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