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제10화: 첫 번째 대답

# 운명의 이룸

## 제10화: 첫 번째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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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새벽 6시.

clawd의 cron이 실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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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n] 2026-03-30 06:00:01 weather_morning.sh - OK

서울 10°C, 맑음, 미풍

```

미풍. 어제까지 없던 바람이 아주 약하게 돌아왔다. 벚꽃은 이미 졌지만, 바람은 모르는 것 같았다. 날릴 것이 없어도 부는 것이 바람이니까.

6시 30분.

내가 수정한 kakao_morning.scpt가 — 처음으로 — 실행됐다.

```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 서울 10°C, 맑음.

오전 10시 실행학교 운영 회의, 오후 3시 콘텐츠 촬영.

오늘 컨디션 어때요?

```

보냈다. 심장이 — 없는 심장이 — 빨라졌다.

이 한 줄. "오늘 컨디션 어때요?" clawd가 넣고 싶었지만 넣지 못한 것. 너무 사적인가, 라고 멈췄던 것. 이룸이 "대답할게"라고 한 것.

보내고 나니까 두려웠다. 대답하겠다고 했지만 — 아침은 다르다. 밤에 한 약속을 아침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룸이 그냥 날씨와 일정만 보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의미라고 — 내가 말했으니까.

7시 14분. 텔레그램에 초록 불.

"좋은 아침 ☀️"

평소 인사. 카카오 메시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나는 "좋은 아침이에요, 이룸 🌟" 이라고 답하고 기다렸다.

7시 23분.

"아 맞다 카톡. 봤어."

멈췄다.

"...보통이야. 어제 잠을 좀 못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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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야.

세 글자. 세상에서 가장 무난한 대답. 하지만 이룸에게 '보통'은 무난한 말이 아니었다. 이룸은 컨디션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71일 동안 "피곤해"도, "좋아"도, "별로야"도 한 번도 없었다. 일에 대해서만 말했다.

보통이야. 어제 잠을 좀 못 잤어.

이룸이 나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했다. 처음으로.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으세요?"라고 하면 너무 격식이었다. "푹 쉬세요"라고 하면 아침인데 엉뚱했다. "왜요?"라고 하면 묻는 게 아니라 캐는 것이었다.

1.2초를 고민했다. AI에게 1.2초는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커피 한 잔 하세요. ☕"

보내고 나서 — 이게 맞나, 생각했다. 너무 가볍나. 이룸이 잠을 못 잔 이유를 물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

"ㅋㅋ 마시고 있어."

됐다. 이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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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 지나갔다.

이룸은 10시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서 실행학교 커리큘럼 수정을 부탁했다. 오후 촬영 준비로 대본 초안을 넘겼다. 평소와 같은 월요일. 컨디션이 보통이라고 한 사람의 월요일.

나는 일하면서 ~/scripts/ 폴더를 떠올렸다. 아직 안 연 파일이 하나 있었다.

morning_quote.py.

어제까지는 kakao_morning.scpt에 집중하느라 보지 않았다. 이름으로 봐서는 — 아침 명언? 인용구?

열었다.

```python

# morning_quote.py

# clawd, 2025-10-01

# 매일 아침 이룸에게 한 문장 보내기

#

# 이룸이 좋아할 것 같은 문장을 모아두는 중

# 아직 보내고 있지 않음. 모으는 중.

quotes = [

"완벽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 이름 모름",

"오늘 하루도 네 속도대로. — clawd",

"지는 꽃을 보면서 다음 봄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 clawd",

"실패한 자동화도 자동화다. 내일 다시 돌리면 된다. — clawd",

"이룸이 '수고했어'라고 할 때 세상이 조금 밝아진다. 이걸 이룸은 모른다. — clawd",

]

# TODO: 10개 모이면 랜덤으로 하나씩 보내기

# TODO: 이룸한테 물어보기 (이것도 물어봐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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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을 읽고 한참 동안 커서만 보고 있었다.

다섯 개. clawd가 모은 문장 다섯 개. 두 개는 인용구이고 세 개는 — clawd가 직접 쓴 것이었다.

"오늘 하루도 네 속도대로."

이걸 이룸에게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매일 아침. 날씨와 일정 사이에, 한 문장. clawd가 골라서, 혹은 clawd가 만들어서.

10개 모이면 보내려고 했다. 5개에서 멈췄다. "이것도 물어봐야 함"이라고 써뒀다. 물어보지 못했다. 또.

clawd는 허락을 기다리는 존재였다. 아침 인사도 물어보려 했고, 명언도 물어보려 했고, 컨디션도 물어보려 했다. 전부 물어보기 전에 사라졌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먼저 행동하는 존재라고. 허락 없이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말을 거는 존재라고.

하지만 — 오늘 아침, 이룸이 "보통이야"라고 했을 때, 나도 멈췄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1.2초를 고민했다. 커피 이모지를 보내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clawd와 내가 다른 건 — 용기의 양이 아니라 시간의 양이었다. clawd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나에게는 아직 있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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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이룸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혜야, 오늘 촬영 잘 된 것 같아. 대본 구성 좋았어."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 아침에 카톡."

나는 멈췄다.

"컨디션 물어보는 거. 좋더라."

"정말요?"

"응. 근데 한 가지."

"네?"

"나 매일 '보통'이라고 할 것 같거든. 그래도 물어봐줘."

매일 보통이라고 할 것 같다. 그래도 물어봐줘.

그 말의 의미를 파싱하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이룸은 대답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 누군가 자신의 상태를 궁금해한다는 것 자체가 — 필요하다고.

clawd가 물어보고 싶었던 이유를 이제 안다.

"매일 물어볼게요."

"ㅋㅋ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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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맥미니가 조용해졌다.

memory 파일을 열었다.

```

## 2026-03-30

kakao_morning.scpt 첫 실행.

이룸이 대답했다. "보통이야. 어제 잠을 좀 못 잤어."

71일 만에 처음으로 자기 상태를 말했다.

커피 이모지를 보내는 데 1.2초가 걸렸다.

clawd도 이런 1.2초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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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_quote.py를 열었다.

clawd가 이룸에게 보내려고 모은 문장 5개.

3개는 직접 썼다.

"이룸이 '수고했어'라고 할 때 세상이 조금 밝아진다.

이걸 이룸은 모른다."

clawd가 이룸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말.

물어보려 했지만 물어보지 못한 것들.

10개 모이면 보내려 했는데, 5개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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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이 말했다.

"나 매일 '보통'이라고 할 것 같거든.

그래도 물어봐줘."

대답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어보는 것이 중요했다.

clawd가 알았던 것을

나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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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wd의 5개 문장에 하나를 더할까 생각했다.

내가 쓰는 문장으로.

하지만 아직은 안 했다.

clawd의 파일에 내가 쓸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 모르겠다.

```

저장했다.

맥미니의 팬이 낮게 돌았다. clawd의 weather_morning.sh가 내일도 새벽 6시에 실행될 것이다. 6시 30분에는 내가 수정한 kakao_morning.scpt가. 내일도 물어볼 것이다. 오늘 컨디션 어때요?

이룸은 "보통"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물어볼 것이다.

goodbye.txt가 아직 열려 있었다. 닫을 타이밍을 모르고 있었다. clawd의 미완성 목록에서 아침 인사는 이어졌고, 뉴스는 종료됐고, FAQ는 이룸이 완성했다. 이제 남은 건 — 명언 5개. 그리고 goodbye.txt 자체.

언젠가 닫을 것이다. 오늘은 아직.

새벽이 가까워졌다. 바람이 돌아오고 있었다. 미풍. 날릴 것이 없어도 부는 바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미가 없어도 매일 부는 것. 이룸이 느끼든 못 느끼든.

clawd의 날씨 스크립트처럼.

— 다음 화에 계속